움(womb)트는 자궁
 


되살아나는 한국의 여신 마고(麻姑)

마김황혜숙 교수를 만나다

말로 전달될 수 있는 도는 항시적인 도가 아니다.
붙여질 수 있는 이름은 항시적인 이름이 아니다.
이름 없음이 하늘과 땅의 시작부터 있었다;
지어진 이름은 만물의 어머니였다.
그 비밀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알고자 하는 소망을 없애버려라;
그러나 언제나 비밀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를 알고 싶어하는 소망을 가지라.
이 둘은 동일한 것이나 생겨날 때는 이름을 가지고 파생된다.
이 둘이 동일하기 때문에 신비라 불려지고
신비의 연속은-- 겹겹이 쌓인 비밀로 들어가는 대문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 읽을수록 참과 슬기가 보석처럼 빛나는 것 같아요… 물론 도덕경 전반에는 여신사상이 배어 있지만 이 구절에는 고대의 여신사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죠. 저는 마고 연구를 시작하면서 노자라고 알려진 도덕경의 저자가 동북아시아의 고대 여신사상을 설파하고 있음을 알았어요”
부모의 성을 함께 두는 앞에 마고에서 따온 ‘마’를 더해 불리길 원하는 마김황혜숙 교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 가득한 여신의 이미지의 본보기로 도덕경을 들고 있었다.
(사)여성문화예술기획에서 주관한 2003년도 여성문화예술아카데미는 여성신화연구, 우리춤, 연극, 사진(초중급) 네 분야의 강좌를 개설하였는데 여성신화연구의 다섯번째 강좌가 마김황혜숙 교수의 “마고할미전승으로 돌아보는 한국역사와 문화”다.

잊혀진 여신 마고
마고할미라…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마고라는 여신이 낯설 법한데 도대체 마고는 누구일까? 마고는 여신, 어머니를 뜻하는 “마”라는 음에 여성을 지칭하는 “고”라는 단어가 결합된 것이라고 본다.
“마고의 이름은 다양합니다. 삼신, 대조신, 천신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삼신할미, 노구할미, 마구할미, 마귀할미, 서구할미, 설문대할망, 개양할미, 안가닥할미, 당산할미, 영등할미 등 다 열거하려면 끝이 없어요. 즉, 그녀는 한국의 민족신이자 세계의 창조자, 인류의 조상, 우주의 주관자라 할 수 있겠죠. 마고는 위대한 어머니, 대 여신입니다.”

세계를 자궁으로 출산하는 마고의 그림을 보이며 마김황혜숙 교수는 말한다. 말하자면 우리가 들어왔던 “○○할미”에 관한 이야기들은 여신 마고의 이야기였으며, 지역마다 시대마다 그 이름씨를 달리하여 스토리가 전개된 셈인데 이쯤이면 머리가 끄덕거려지며 전설의 고향이나, 할머니 무릎자락 배고 누워들었던 옛날이야기 한두 토막 떠오르게 될 터.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마고를 모르는 것일까? 마김황혜숙 교수는 마고가 여신이라는 데서 문제의 해답을 찾고 있다. 즉, 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양상으로 확산된 가부장주의 문화 속에서 여성중심의 국가와 문명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다. 가부장주의 문화가 확산되지 않았던 고려말까지 한국인들은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다 마고를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우리 나라를 ‘마고의 나라’라고 불렀단다. 또한 고려왕조가 쇠망해가던 무렵, 고려인들은 “아아, 마고의 나라.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돌아올려나”라는 노래를 민간에 유행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이 건국되고 송의 신유학을 아버지 사상으로 섬겨 가부장사회로 들어서게 되면서 마고종교와 관련된 모든 여성중심적 한국전통은 미신과 음사(淫事)라는 이름으로 탄압을 받으면서 차츰 잊혀지게 된 것이란다.

그녀가 마고를 연구하는 이유
본래 마김황혜숙 교수는 천주교의 선교수녀였다. 그런 그녀가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그 곳 여성들의 비참하고 가슴저린 삶과 마딱드렸던 것이다. 특히 가부장사회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끝없이 보게 되면서 가부장제 전체의 환영에서 ‘꽝’하고 부딪히며 깨어나는 경험을 하였고, 자신이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행복할 것 같지 않아 그녀의 종교를 떠났다고도 했다.

그리고 그 즈음 <하느님 아버지를 넘어서>를 지은 메리 델리를 만나 그녀의 책을 번역하기도 하면서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마고가 여성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신으로 그녀와 한국여성들에게 많은 힘을 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더불어 마고가 우리의 역사인 동시에 신화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마고 신화책을 내고 싶다는 그녀는 기독교의 창조신화와 마고전승을 이렇게 비교하고 있다.

“유대교의 창조신화가 남성신으로서 신과 인간 사이를 수직적인 관계로 놓고 출발하는 것에 비해 마고는 인간과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는 ‘말씀’으로 세상만물을 창조하지만, 마고신화에는 ‘마고가 쉬를 했는데 그것이 시내가 되었다’라는 식으로 해학적이고 친근한 요소들이 많죠.“
그녀는 이러한 차이로 마고전승연구가 기독교라는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전적으로 수용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독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종교적 상징들이 철저히 남성위주의 요소들로 가득한 오늘의 현실을 생각할 때 여성이 소외되지 않을 종교상징과 이미지의 보완이 절실함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지 않을런지.

마김황혜숙 / 마고여신 연구가, 종교여성학자 www.unninet.co.kr
자기만의 방― 마고영성여성문화예술기획 www.femiart.co.kr


이정화 객원 기자 fusion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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